아우디 차량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적용된 e트론.
아우디스러운 디자인, 테슬라 씹어먹는 만듦새 갖춘 럭셔리 전기차
아우디(AUDI)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강원도 홍천에서 미디어 행사를 개최하며 아우디의 신차 다수를 시승해볼 수 있도록 했다. 필자 역시 더 뉴 아우디 S6, S7, 더 뉴 아우디 Q3 스포트백, Q5 등 다양한 아우디 차량을 몰며 아우디가 주는 운전의 재미, 콰트로 시스템의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지만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아우디의 첫 순수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이하 e트론)'이었다.
e트론은 전기차면서 SUV로 만들어졌다. Q5보다 차체가 크다. Q7보다 작다. Q6 급이라 볼 수 있다. 소형 전기차들이 대부분이 상황에서 이 정도 크기의 SUV 전기차인 점이 우선 반갑다.
기본 장착된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전체적인 디자인은 아우디 특유의 6각형 그릴을 비롯해 여느 아우디 차량과 매우 흡사하게 만들어졌다. 인테리어도 아우디 Q 시리즈와 거의 동일했다. 다만 아우디 차량을 이용하던 아우디 마니아층이라면 이질감 없이 e트론으로 넘어가도 될 정도.
e트론은 Q5와 Q7 중간 크기여서 뒷좌석도 넉넉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ㄱ'자 형태로 좌우로 기다랗게 디자인된 기어 셀렉터와 아웃사이드 미러를 없애고 '버추얼 뷰 미러'를 장착한 부분이다. 그로 인해 후측방 확인은 도어에 장착된 고화질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하게 된다. 처음 운전 시에는 이 미러와 디스플레이 위치에 따른 어색함이 존재하지만, 디스플레이가 더 화각이 넓고, 터널 등 어두운 곳에서도 한층 잘 보여 익숙해지면 훨씬 좋다.
좌우로 길게 만들어진 기어 레버.
예쁘고 고급스러운 e트론 운전석.
뿐만 아니라, 아웃사이드 미러보다 훨씬 가느다란 버추얼 뷰 미러는 공기저항을 대폭 줄여줘 고속 주행에도 소음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의 정숙함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것 같은데 다소 미래차다운 느낌을 줘 e트론의 특장점이 됐다. 다만 이 버추얼 뷰 미러는 다른 아우디 차량에 적용되지 않았고, 아직 후속 차량에 적용될 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주변 차량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주차 편의를 도와주는 기능도 다른 S/Q 시리즈와 동일하다.
주행거리와 배터리 잔량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e트론은 앞바퀴에 125㎾ 출력의 모터를, 그리고 뒷바퀴에는 140㎾ 출력의 모터를 장착해 합산 최대 360마력(ps), 최대 토크는 57.2㎏.m의 성능을 제공한다. 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6초다. 여기에 부스트 모드를 사용할 경우에는 최대 408마력까지 낼 수 있다.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에 준하는 퍼포먼스를 자랑하면서 전기차 특유의 진동 없는 정숙성, 고속 주행 시에도 소음이 적은 쾌적한 주행환경을 제공한다. 고급차다운 나파 가죽 시트와 알칸타라 섬유 사용 등 내장재의 고급감도 충실하다.
스마트폰은 세로로 수납해 무선충전할 수 있다. 샤프트가 없어 내연기관 차량보다 콘솔박스가 상당히 깊다.
홍천에서 약 170㎞ 길이를 e트론으로 운전하면서 굽이굽이 휘어진 경사로와 쭉 뻗은 직진 코스 등을 주행해보니 전자식 콰트로 시스템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언덕길과 급경사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해줬다. 급가속도 훌륭하고, 반응 속도가 빨라 주행의 즐거움이 상당했다. 여기에 최대 76㎜까지 조절되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어떠한 도로 상황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아웃사이드 미러 대신 장착된 카메라. 크기가 작아 고속 주행 시 소음을 대폭 줄여준다.
옆 차선에 차가 접근하자 OLED 디스플레이에 노란색 불빛이 점등되며 경고해준다.
어두운 터널에서도 선명한 후측면 OLED 디스플레이.
내부 콘솔박스는 다른 Q 시리즈보다 상당히 깊었다. 내연기관 차량처럼 가운데 아래 샤프트가 없으니 공간을 더욱 넉넉하게 제공하는 듯하다.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에서는 전기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가 존재하는데 80% 이상 충전돼 있으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고 표기된다.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만큼 충전이 편리하지 않고 최대 주행거리가 짧은 e트론 사용자들을 위한 표시인 듯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기존 아우디 차량과 거의 흡사하다.
95㎾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e트론의 주행거리는 307㎞로 다소 짧게 느껴지는데 이는 국내 인증 상 거리이며, '국제 표준 배출가스 측정방식(WLTP)'을 적용했을 경우에는 4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e트론은 달리면서 에너지를 회수,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 성능도 뛰어나 실 주행 시 전비는 스팩보다 꽤 높게 나타난다.
문을 열면 -e-tron'이라는 조명이 탑승자를 반긴다.
아우디는 퍼포먼스를 낮추고 주행거리를 늘리기보다는 400㎞가량 주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아우디의 강력한 마력과 토크를 전기차에서도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만 WLTP보다 훨씬 까다로운 국내 연비 기준이 적용되면서 완충 시 주행가능 거리가 300㎞ 초반이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에 대해 아우디코리아는 "실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에어컨도 켜고 속도도 115㎞까지 내며 충전 없이 주행해봤다. 실제 체감하는 주행거리는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꽤 큰 e트론의 트렁크 공간.
e트론은 테슬라 모델S와 메르세데스벤츠 EQC의 단점을 대부분 해소한 전기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슬라의 모델S보다 훨씬 만듦새나 마감 등이 고급스럽다. 기본적으로 아우디 차량의 완성도와 소재가 고스란히 적용됐다. 디자인에서는 EQC가 전통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과 사뭇 다른 느낌인데 반해 e트론은 아우디 차량 그 자체다. 가격이 1억1700만원으로 비싼 게 흠이지만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통틀어 e트론의 상품성은 상당히 우수하다.
아우디는 내년 말, e트론보다 가격을 낮춘 후속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